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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아일기

독서후기 [하얼빈 by 김훈]

글쓴이 : 안수정 2024-04-14

??독서후기??. 하얼빈 by 김훈 누구나 자신만의 은밀하고도 비밀스런 마음이라는 곳간 안에 한 번쯤은 각자의 영웅을 담아내며 사는 시기가 있을 것이다. 내가 속한 내 나라 대한민국이 36년간 일제의 식민통치 아래에 있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나마 인식하게 되었던 그 어린 시절부터 일제 시대를 반영하는 각종 드라마와 영화 그리고 한일전으로 명명되는 스포츠들을 바라보면서 또한 가끔씩 불거져 나오는 위안부, 신사참배 등의 기사를 접하는 성인이 되어서까지 도마 안중근은 망국의 내 나라 조선과 지금의 대한민국을 잇는 어떤 분기점 또는 화살촉과 같은 의미를 띈 영웅적인 존재였었다. 허나 내가 믿고 있는 천주교라는 틀 안에서 인간 안중근을 어떻게 바라봐야만 좋을 지에 대한 먹먹한 갈등에서 비롯된 허탈감이 들기 시작했고 만약 신이라면, 안중근이 믿어왔던 하느님이 계시다면 그 존재는 안중근을 내가 영웅으로 여기듯 그렇게 느끼고 계실까 하는 본질적인 궁금증과 불안감이 들기 시작했었다. 이에 대한 결론부터 말하자면 고 김수환 추기경(당시 서울 대교구장)께서는 1993년 8월 21일 안중근 추모 미사를 집전했으며 2000년 12월 3일 한국 천주교회는 대희년을 맞아서 쇄신과 화해 라는 문건을 발표하며 민족 독립에 앞장서는 신자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때로는 제재하기도 했음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는 입장을 밝혔던 것이다. 이로서, 안중근을 향한 나의 엇갈려왔던 생각과 감정들이 하나의 지점으로 결론나며 더이상 안중근의 선택이 살인이냐 정당방위이냐를 놓고 내면에서 싸워왔던 갑론을박에 대한 물음표의 여정을 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다. 한국과 일본뿐 아니라 그당시 제국주의자들의 폭력과 기만이 담겨있는 시대상을 의식했는지, 저자는 자신의 신념이나 의식 등을 표면 위로 적극 나타내려하지 않고 최대한 담담한 관찰자의 눈으로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 이토의 눈으로 바라보는 만주와 조선,, 그리고 안중근이 이토를 죽이려 하는 이유,, 이토를 사살한 이후에 이어지는 안중근에 대한 피고인 심문에 이르기까지 저자 김훈은 자신의 의도를 애써 감추고 독자의 판단에 맡기고자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저자 역시 자신의 마음이라는 곳간 안에 초연히 자리잡고 있을 안중근이라는 인물에 대한 깊은 마음이 있었을 터인데, 그러함에도 김훈 작가는 사실적 자료에 기반을 두며, 인물의 심리 묘사에 대한 것들도 최대한 감성적인 부분이나 자의적인 해석을 자제하려고 애쓴 듯이 보여졌다. 바로 그 점에서 안중근이 살던 시대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끊이지 않고 갈수록 증폭되어가는 테러범이냐 투사이냐로 이견을 빗고 있는 시대상의 비극 그리고 나라와 나라 간의 이해관계가 반영된 것이라 느껴지니 이야기의 결말이 어떻게 날 것인지를 뻔히 알고 있었음에도 먹먹한 내 가슴은 도통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사형 집행을 앞두고 천주교 고해사제 앞에서도 자신은 동양 평화를 저해하는 핵심인물을 저격했을 뿐이라며 끝내 그것에 대해 잘못했다는 고해는 하지 않는 안중근.. 오히려 이토를 저격할 자금을 구할 수 있었고 같이 뜻을 도모할 동지가 있었고 자신의 뜻을 이해해주는 가족을 허락한 하느님께 감사하다는 안중근. 마음이 작용하는 방향과 다른 거짓 고백을 하지 않고 이 모든 것이 자신이 선택한 결정에 있어 당연한 것이었음을 신의 대리자에게 담담히 허나 신념 있게 고백하는 안중근의 모습에서 나는 왜 안중근이 안중근 의사라 불리우고 있는지를 알 것만 같았다. 그렇다. 그는 사람의 목숨자체를 귀히 여기지 않는 인물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는 모든 왜인들에 대해 적개심과 미움을 품고 있는 인물도 아니었다. 또한 자신의 감정을 절제있게 다스리지 못하는 유약한 인물도 아니었다 단지 자신이 속한 내 나라 내 땅 그리고 주변 약소국의 자주 독립이라는 고명한 가치를 우선적으로 따르고자 행동했던 열사이자 의사였던 것이다. 나라를 외세에 팔아먹고 호위호식을 하는 어느 집안 누구의 가문의 후손이 아니라 자신을 살아가게 해 준 조국과 선조들의 피와 땀 그리고 그들의 얼을 자신의 후손들에게도 평화로이 남겨 주고 싶어했던 한 나라의 한 신민이었을 뿐이었다. 애석하게도 그 당시 대한제국 황실과 관료들이 마땅히 지켜내고 싸워야 했을 일을 자신의 직업은 야생동물들을 잡는 포수라고 소개한 이 젊은 의병장이 대신 짊어지고 간 것이나 다름없지 않겠는가 안중근 의사가 서거한 지 100년, 한 세기가 지났음에도 우리는 아직도 그의 유해를 찾을 수가 없다. 조선을 무력으로 식민지화한 저 검은 얼굴의 이토가 죽은 땅이자 이토를 죽임으로써 동양평화에 대한 동족들의 의지를 전달하고자 했던 땅인 하얼빈에 묘역해 달라는 안중근 의사의 유언을, 그의 후손인 우리 대한민국 국민은 언제쯤 지켜나갈 수 있는 것일까.. 그리고 일본은 언제까지 제국주의 전쟁에 대한 깊은 사죄 없이 신사참배에 대한 기사와 일장기만을 내새울 것인가.. 모든 것엔 때가 있는 법 이토를 처단하기 위해 기다려야 할 때 또한 이토에 대한 처단을 실행해야 할 때가 있는 것처럼 그 행위에 대한 인간학적, 윤리적, 그리고 특수한 시대적 상황이 한데 아우러진 평가를 내려야 할 때와 그 평가에 대해 겸허히 승복해야 할 때도 있는 법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더이상 일본이 집단군국주의와 그에 따른 망상을 쫓는 국수주의라는 망령에 사로잡혀 스스로를 망국으로 치닫게 하는 불운한 국가로 남지 않게 되기를.. 안중근이 이토를 저격한 총 한 발을 제외한 두 발은 망령에 사로잡힌 어리석은 자들을 향하여 오늘도 앞으로도 계속 쏘아올려지고 있음을 두려운 마음으로 경각심을 가져보길 바라면서.. 그 시절 그 시각 하얼빈에서 외로이 허나 올곧은 기개로 코로나 후레를 외치고 있을 안중근 의사를 떠올리며 그가 상상하고 염원해 왔던 우리 조국이 더이상 헬조선이 아니라 헤븐조선으로 명명되어질 그 시간을 마주할 수 있게 되기를 영원 안에서 꿈꾸어 보며 이만 마무리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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